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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전유동 두 번째 정규앨범 [나는 그걸 사랑이라 불러 자주 안 쓰는 말이지만]
전유동 하면 자연이 떠오르는 건 자동 반사에 가깝다. 2020년 그가 전유동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첫 앨범 [관찰자로서의 숲]이 전한 인상은 그만큼 강했다. 앨범은 자연을 콘셉트로 차용한 여느 앨범들과는 달랐다. 새를 좋아하는 성정 그대로 참새, 뻐꾸기, 따오기, 올빼미가 차례로 등장했고 억새와 무당벌레, 때로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딱딱한 열매까지 수집해 그 아래 꼼꼼히 감상을 적어낸 자연 도감 같은 앨범이었다. 전유동의 음악은 궁극적 목적이나 유토피아로서가 아닌 지금을 우리의 이웃이자 음악이 시작되는 곳으로서의 자연을 그렸다. 앞으로 그가 어떤 음악을 어떻게 해나가든 그 시작에는 기필코 자연이 있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 전유동이 변했다. 전유동의 두 번째 앨범 [나는 그걸 사랑이라 불러 자주 안 쓰는 말이지만](이하 [나.사.자.말.])에는 그가 그토록 애정해 마지않던 자연의 친숙한 기운이 상당 부분 제거되어 있다. 그 가운데 표제곡 ‘나.사.자.말.’은 노래를 둘러싼 배경과 꾸밈을 모두 거둬내고 오로지 마음에서 들리는 소리에만 귀 기울여 담은 대표적인 곡이다. 타이릍곡 ‘토마토’ 역시 제목만 토마토일 뿐 외로움과 그리움의 춤만으로 온통 가득 차 있다. 다만 자연이 완전히 모습을 감춘 건 아니다. 그의 음악은 이번에도 자연에서 출발했다. 하긴 앨범 제목만 봐도 그렇다. 어디까지나 관찰자의 입장에서 자연과 삶의 요소를 하나하나 헤집어 보며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이던 전유동은 이 앨범에 없다. 대신 그곳엔 자연에 온몸을 푹 담근 채 새로운 노래 방울을 보글보글 만들어 올리고 있는 전유동이 있다. 이 앨범이 자연이라는 대의만 공유할 뿐,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전개를 보이는 이유다.
전유동은 앨범 제작을 위해 2022년 2월 한 달간 춘천으로 떠났다. 일상을 뒤로하고 고요히 머문 춘천에서 그는 앨범을 위한 노래를 성실히 길어왔다. 그 결과물을 깎고 다듬어 완성한 앨범이 바로 [나.사.자.말.]이다. 그렇게 집중도 높은 시간 때문일까. 여덟 트랙에 아홉 곡이 담긴 앨범은 마치 한 곡인 것처럼 덩어리져 흘러간다. 마음속 휘몰아치는 감정을 굳이 억누르려 하지 않는 첫 곡 ‘강변’에서 천륜이라는 이름의 지난함 속 나와 비로소 똑바로 마주하게 된 내가 녹아든 마지막 곡 ‘어떤 변명’까지. 앨범에 담긴 노래들은 각자 먼 곳으로 달려 나가다가도 끝내 나로 수렴하는 여러 개의 자아처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나조차 놀라게 만드는 숨은 나를 발견하는 기분으로 한 곡 한 곡 열어 본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호수에 이는 거친 파도를 상상하게 하는 포크 록 넘버 ‘호수’와 짧은 연주곡 ‘Arrive’에 이어 한밤중 불현듯 피어난 반딧불이처럼 반짝이는 ‘아름 아름, 이름들 얼굴들’에서 닮은 구석을 찾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이다. 오직 치유와 휴식만이 존재할 것 같던 전유동의 세상에 전에 없던 은근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해파와의 듀엣곡 ‘참, 맞다’의 색다른 시도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언제까지나 사람 좋은 얼굴로 초록 앞에 싱글대며 웃고 있을 것 같은 전유동의 얼굴에 띄워진 다채로운 표정이, 매력적이다.
아마 앨범을 듣기 시작하면 쉽사리 멈출 수 없을 것이다. 곡이 아닌 앨범 단위로 묵직하게 떨어지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감에 있어서 특히 그렇다. 거대한 자연의 한가운데 무릎을 모아 앉은 전유동이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친다. 조용히 다가가 같은 자세로 무릎을 모아 앉는다. 음악이 시작되고, 앨범을 만들며 그가 보았을 춘천의 산, 호수, 하늘, 노을과 여명이 눈앞에 떠오른다. 자연을 바라보며 노래하던 그가 이제는 자연 속에서 노래한다. 속세(俗世)를 떠나서야 만날 수 있다는 순정한 감정이 소리로, 노랫말로 피어오른다. 전유동이 찾은 자연과 삶의 또 다른 관찰법이다.
—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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